유세떠는 것 같을까봐 이맘때쯤엔 더욱 입밖으로 꺼내지 않는 가족사가 있습니다.
제가 한 것도 아닌데, 마치 저의 명예이자 자랑처럼 떠벌리는 것이 될까봐 굳이 말하지 않았던 사실...
저희 고조할아버지께선 독립유공자십니다.
1910년 매국노들이 일본에게 나라를 팔아먹기 전에 전국의 곳곳에서 항일의병운동이 있었습니다.
각 지방의 재력있는 선비들부터 양민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의병운동을 일으켰죠.
그당시 지방의 부유했던 진사였던 고조할아버지도 지방의 의병운동에 참여해 후군을 맡았고,
집안의 장정들을 다수 이끌고 나가 싸우다가 1907년 전투 중 큰 부상을 입고 민가에 유숙하다가
한 여인의 밀고로 일제에 잡혀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본인이 하실 일을 하신 것이고 그 당시에는 그 선택이 최선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자식들은 할아버지의 선택에 의해 이후로 힘든 삶을 살아야 했지만
그 선택이 한 나라의 백성으로서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살아왔겠고요.
사실 이후의 삶은 혹독했습니다.
장남이었던 증조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옷걸이 대나무를 지팡이로 의지하고,
나라로부터 받았던 사령장과 문서들만을 궤짝 하나에 메고 가족들과 겨우 도망쳐 나왔습니다.
친인척들의 결혼식때마다 듣는 무용담같은 할아버지의 의병운동 이야기에 따르면,
으리으리했던 본가를 빼앗기고 나중에 보니 그곳은 일본군들의 관청건물처럼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일제의 앞잡이들은 항일의병운동을 했던 주축들의 후손을 36년간 끈질기게 추적했으며,
가족과 후손들은 항렬조차 따르지 못하고 숨어살아야 했습니다.
1977년 독립유공자로서 인정받고 항일의병운동도 독립운동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 사이 가족들이 잃었던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지만,
되돌아온 빛, 광복(光復)과 다시 찾은 조국이 있었기에
할아버지의 선택을 모두 자랑스러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선택으로 가족은 기반을 잃고 힘들게 다시 일어서야 했지만,
그 선택으로 대한독립만세를 목놓아 외칠 수 있는 날이 시작되고 그 자유를 얻었으니까요.
그게, 우리 고조할아버지의 후손들에게 남은 '광복절'의 의미입니다.
개천절로 시작된 우리 민족의 역사가 유린당했던 힘든 시기를 지나 다시 빛을 찾았던 날.
1945년 8월 15일, 광복절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건국절' '건국둥이' 라는 망발이 귀에 들어옵니다.
1948년이 건국년이고, 올해가 건국 60주년이라면서
올해 환갑을 맞이한 고조할아버지의 막내고손자인 우리 아버지를
누군가가 '건국둥이'라 마음대로 이름붙입니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은 '정부수립일' 로 높임받아야 마땅하겠지요.
하지만 그도 건국일이자 우리나라의 시작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시작은 단군왕검의 개천절이며, 한때 36년간 국권을 침탈당해 유린당했으나
1945년 나라를 다시 찾아 쭉 하나의 역사를 가져왔으니까요.
우리 할아버지, 그리고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의 할아버지들이
직계 후손의 안전까지 내던지며 뛰어들었던 '나라 지키기'는 결국 모두의 후손에게 광복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광복이 정부 주도하에 벌어지는 건국절 행사에 더럽혀지는 것을 보게 되네요.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았습니다.
광복절의 태극기는 기쁜 태극기입니다.
나라를 다시 되찾아 기념하는 기쁨의 태극기....
그런데 할아버지,
오늘도 이 태극기는 아직 100% 기쁨의 태극기가 아닌걸까요?
우리는 아직도, 모든 빛을 다 찾지 못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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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Rainy Village
2008/08/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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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하라" 주택 대지 2,000평에 10,000여평에 이르는 후원, 100여명의 노비를 두고 800석을 쌓을 수 있는 곡식창고가 있었으며 중간 관리자를 없애 소작인들에게 노력한 만큼의 수익을 돌려주던 자율적인 농사법을 실시, 흉년이 들면 과감히 곳간을 털어 굶는 사람이 없도록 나눠주고, 집을 찾는 손님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독상으로 친절히 대접을 했다는 12대 400년에 걸친 경주 최부잣집. 최부잣집의 시작은..
마지막 사진을 보니 사바나 초원의 사자가 생각나네요.
저도 저렇게 햇빛이 길게 드리우는 오후의 햇살을 좋아합니다. 특히 가을!!
사바나의 미로~~ㅎㅎ
약간 사냥감 먹고 배불러 늘어진 암사자같죠?
사자들 보면 가끔 너무 웃겨요..ㅋㅋ 덩치는 산만한데 노는건 고양이들이랑 똑같은거 보면..ㅎㅎ
늘어진 가을햇살이 어제오늘 흐린날씨에 나오질 않네요~~
그래서 그런지 미로도 일광욕 못하고 내내 웅크리고 잠만 자더라구요~
아옹 애기 털이 볻들보들해 보여요. 막 안아주고 싶습니다.
여긴 지금 비가 막 주륵주륵 내리고 있어요. 사진 보니까 포근하니 좋네요.ㅎㅎ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요, 방바닥이 노란게 깨끗하네요. 미로는 좋겠습니다. 깨끗한 방바닥이라
우리집애는 제가 청소 안하니까 먼지 폴폴 날리는 방바닥 위에 누워있네요.ㅜ 갑자기 불쌍한 생각이.. 청소해야겠습니다.;
베란다 밖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뭔가 심각한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