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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로 수장될 위기의 문화재, 여주 신륵사
<신륵사 조사당>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것으로 기록되는 천년고찰 신륵사....
국내 유일하게 산사가 아닌 강변에 지어진 이 신륵사에는
전에 보여드린 다층석탑과 극락보전 외에도 6개의 문화재가 더 있습니다.

이번에 보여드리고 싶은 문화재는 보물 제180호 신륵사 조사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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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보이는.... 산자락 밑에 호젓하게 서있는 작은 건물이 신륵사 조사당입니다.
그닥 크지 않은 건물 규모에 비해 지붕은 상당히 화려하게 얹어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지붕은.. 무슨 형식일까요? 극락보전을 설명드린 포스트에 보면 답이 나와있습니다만....



조사당의 지붕은 무슨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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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륵사 조사당은 신륵사 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물입니다.
신륵사와 관계가 깊은 역사적 인물에는 지공화상, 나옹화상, 그리고 무학대사가 있는데요,
조사당은 이 세 화상의 "덕을 기리고 법력을 숭모하기 위해 영정을 모셔놓은 곳" 입니다.

'무학대사'
이 이름...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고려말 조선초, 조선의 건국과 관련하여 자주 등장하시는 바로 그 무학대사입니다.
그런데 사실 저같이 불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지공화상과 나옹화상이라고 하면
대체 누구신지...? 를 연발하게 되는데요^^;;;;
어차피 이 포스트에서 신륵사의 가장 오래된 건물인 조사당을 구경하실 요량이라면
아무래도 조사당과 관련있는 3명의 인물에 대해 좀 자세히 알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신륵사 홈페이지와, 그날 문화재 설명을 해주신 분을 통해
조사당에 모셔진 세 스님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공화상



나옹화상



무학대사


설명 참조 : 신륵사 홈페이지
화상 : '수행을 많이 한 중'을 일컫는 말.


여말선초, 고려의 두 승려와 인도의 고승 지공화상과의 인연이 신륵사 조사당에 남아있는 것이죠.
세 스님과 깊은 인연이 있는 또 다른 절 양주 회암사에는 세 화상의 부도가 모두 남아있습니다.
기회가 되어 가보게 되면 신륵사가 떠올라 더 재미있을 것 같네요..^^
조사당의 기원은 목은 이색이 지은 <보제존자진당시병서>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을 찾을 수 있는데요,
고려 우왕5년(1397)에 '진영당'을 지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지금의 조사당이라고 합니다.
또, 예종 1년에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이 여주로 옮겨지면서 신륵사가 원찰이 된 이야기는 전에도 했습니다만,
그때 '보은사'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되면서 예종의 뒤를 이은 성종3년,
신륵사가 대규모로 다시 지어졌고 이 조사당은 그때 다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조사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다시 조사당을 보시면....그냥 멋지기만 한 팔작집으로 보이지는 않겠지요?
문화재에는 항상 거기 남아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꽃을 보든 별자리를 보든 이야기가 함께 있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기억에도 오래 남고, 그냥 쓱 스쳐지나가게 되지 않고 찬찬히 보고 오래 남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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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조사당을 한번 다시 볼까요?
지금 방영중인 사극 '왕과 나'의 인물들이 살던 시대에 지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 건물이 그냥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건물로만은 보이지 않네요^^
세의 왕비 정희왕후가 특히 이 신륵사에 인연이 깊은 인물인데요,
성종의 할머니이자 인수대비의 시어머니이기도 하고, 세조에게 갑옷을 직접 입혔다는 여장부이기도 하죠.
틀림없이 이 절을 방문하고, 분명 조사당을 바라봤으리라고...
제가 추측하는 인물 1순위이기도 합니다..ㅎㅎ(사견이니까 너무 믿지는 마세요)
이 절을 바라보던 사람과 나와 시공을 초월해 한 건물을 보고 있다고 상상하면...어떨까요?
전 문화재를 보며 그런 상상을 할 때가 제일 흥미진진하더라구요...^^
지금까지 남아 우리에게 당대의 문화적, 또 기술적 가치를 보여주는 것도 문화재가 소중한 이유지만,
제게는 시공을 초월해 상상하고픈 욕구의 매개체가 되어주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어릴적부터 공상하는 것을 좋아했던 저인지라... 그래서 옛것을 좋아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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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에 있는 글씨, 조사당(祖師堂)'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으시는 것, 아시죠?
사찰을 좀 다녀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혹시 어린 학생들이 무심코 이런 건물을 쓱 보고 지나칠 것 같으면 꼭 알려주세요..^^
게다가 조사당의 글자뜻을 보니 이 세 스님의 관계가 떠오르면서 의미가 확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조상 조(祖)자는 '조상'외에도 여러 뜻 중에 '사당' '본받다' 는 뜻도 함께 있습니다.
스승 사(師)자는 조사당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봤을 때 여러가지 의미로 생각해볼만 합니다.
스승과 제자사이로 얽힌 세 스님의 인연....
그리고 고려와 조선에 걸쳐 최고 승직인 왕사(王師)를 각각 지낸
나옹화상과 무학대사를 기리는 사당 답기도 하고요.
안에 보이는 목조 불상 은 나옹화상입니다. 그리고 안에 있는 영정 셋이 보이시나요?
가운데가 지공화상, 양 옆에 나옹화상과 무학대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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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당은 겹처마 지붕을 하고 있고, 공포가 많은 다포계 양식을 하고 있어 참 화려해 보입니다.
조선 초기의 건축미를 잘 살리고 있는데... 나무들도 참 견고해 보이는게 놀라웠습니다.
몇백년 된 건물일텐데 말이죠.
이유를 어렴풋이 생각해보니... 숭례문이 불타버린 후 고건축 전문가의 한탄 섞인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요즘 새로 지은 건물이나 복원한 건물들은 나무기둥이 쉽게 갈라지는 현상이 많이 보이는데
옛날에 지은 건물들은 몇백년이 흘러도 갈라지는 현상 없이 멀쩡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목조건물용 소나무를 베어올 때 옛날에는 뗏목을 만들어 강을 통해 보내왔기 때문에
차가운 물 위의 소나무에서 송진이 배어나와 나무를 더 단단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몇백년이 지나도 온도와 습기에 강한... 천연 '코팅'이 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라는거죠.
신륵사에서도 그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건물인 조사당은 상대적으로 멀쩡한 반면,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건물의 기둥은
나뭇결이 쩍쩍 갈라져 있었거든요.
기술이 부족하다기 보단, 환경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일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숭례문 복원이 한창인 요즘 그런 점들을 살릴 수 없는 복원은 역시 모조품에 지나지 않음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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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사당으로 돌아와서... 이번엔 천장을 주목해보았습니다.
조사당은 특이하게 정면과 측면의 비례가 1.07:1로 거의 1:1에 가까운 정방형의 집입니다.
그리고 내부는 기둥 없이 천정을 우물정자로 짠 다포계 양식의 특징을 살려놓았다고 합니다.
저도 무심코 보았다면 그냥 '아, 천장도 예쁘네' 하고 지나쳤겠지만,
설명을 들으며 보니 문득 '아, 대들보가 없구나' 하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보통 지붕이 얹힌 한옥을 생각하면 대들보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데, 조사당엔 대들보 대신
아름다운 우물천정을 볼 수 있고 안에도 화려한 공포가 짜여져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뭐, 서양의 몰딩 부럽지 않은 화려한 공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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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도 화려했던 공포가 안에도 이렇게... 정말 감탄했습니다.
화려한 채색과 공간마다 그려진 그림까지... 오히려 사진으로 보니 더 잘 보이네요^^;
다음번에 신륵사에 가면, 좀더 요점있는 사진을 찍어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사당에 대해 더 배우려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좋은 글을 발견했습니다.
[2006. 8. 21. 오마이뉴스] 여주 신륵사에서 만난 세 스승

그리고 문화재청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는 대운하 주변지역 문화재 리스트에서
신륵사의 조사당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구요.


[2008. 1. 8. 뉴스타운] 대운하 구간 문화재, 수장할까? 이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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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리스트에는 일단 신륵사와 조사당만 들어가 있지만,
신륵사에는 총 8개의 지정문화재 중 7개가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나머지 극락보전이 시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문화재청 보고에는 보물 8개 중 단 한개가 보고되어 있었습니다.

[2008. 3. 3. 오마이뉴스] 한반도 대운하, 문화재를 수장시킬 셈인가
[2008. 3. 20. 프레시안] '화장' 당한 숭례문, '수장' 기다리는 문화재

이집트의 람세스2세가 지은 아부심벨 신전은 아스완 댐 공사로 인해 그 거대한 규모가 이전공사를 했습니다.
자연의 암벽을 깎아 만든 석조 신전이 그 본래의 모습을 얼마나 온전히 유지했는지
지금와서 직접 확인할만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수천년 전 지어진 이집트의 거대한 신전유적이 옮겨진 '사실' 은
고대 이집트 유적인 '아부심벨'의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으며
지금의 아부심벨은 '옮겨진 아부심벨'이라는 이미지는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대운하계획은 지금 한개도 아닌,
수백개의 아부심벨을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아부심벨을 지어야 만족할 수 있을까요?
얼마나 더 많은 자연을 훼손해야 개발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과연 그 욕심은, 언젠가는 채워질 수 있는 것일까요?
대운하,
고민하고, 생각하고 또 돌아보고, 다시 점검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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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가눔 2008/03/25 1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꾸 옮기고 만지고 하면 남아나는게 없다는 사소한 것조차도 잘 모르는 분들이 나랏일을 하시니까
    국민들의 입에서 한숨이 그칠 날이 없는거에요.ㅠㅠ 프레스 프렌들리만 하지말고 문화재 프렌들리나 국민 프렌들리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여전히 대운하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걸 보면 그냥 콱 쥐어박.....--;
    (일국의 대통령이시니 그럼 안 되겠지만...)

    • BlogIcon 달빛효과 2008/03/25 12:02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고보니 묘하네요...
      프레스 프렌들리,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는건
      대체 어느나라 대통령이 하는 짓인지..ㅡㅡ;
      돈과 평판만을 얻고 싶다는 꿍꿍이 속일까요?
      너무 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말 문화재 프렌들리, 국민 프렌들리 원츄예요..ㅠ_ㅠ

  2. BlogIcon 파란토마토 2008/03/25 1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제 주위 사람들도 그냥 쉽게 생각하더라구요.
    솔직히 저도 여러 블로거들의 의견을 보기 전에는 왜 그렇게 나쁜 것인지 모르기도 했구요.
    환경 파괴를 우습게 생각하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흐..

    무학대사는 조선 건국 설화(?)의 단골 손님이죠. ㅋ
    특히 석가래 3개 이고 나온 이성계의 꿈풀이로 유명하잖아요.

    • BlogIcon 달빛효과 2008/03/25 14: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단골손님 무학대사...파란토마토님이 나오시리라 기대했습니다..ㅎㅎ
      전 '용의 눈물' 정말 재밌게 봤거든요..ㅎㅎ
      정쟁과 여인네싸움에만 포커스 맞추지 않고도 크게 성공한 용의눈물..ㅎㅎ
      그 스케일에 감탄했었는데.. 거기도 무학대사가..ㅎㅎ

      그나저나, 쉽게 볼 수밖에 없는게 사실이긴 해요.
      한다/하지 마라, 이런 정보만 즐비하고
      사실 진짜 논리는 은근 어렵기도 하고...
      지금 현재 상태가 어떤 모습인지 쉽게 보기도 힘들고...
      이번 총선 공약 가지고도 비겁플레이를 하고 있으니..
      일반적으로 눈앞에 명확히 그 비포/애프터가 그려지는 것도 아니라서 그런 생각이 이해가 가더라구요.

      그래서... 뜻을 먼저 정한 사람들이 힘내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좀 더 보고 알게 되었고...정보를 얻었으면, 누군가에게도 똑같은 선택권을 줘야 하는거 아닐까.. 하는거요.

      근데 정말 환경파괴 우습게 생각하면 안되는게...
      저 물이 결국 우리가 쓰는 모든 물의 근원이거든요..ㅠ_ㅠ
      상수원 개념이 부족한건 정말 아찔하더라구요...
      대운하 추진하는 사람들이나, 일반적으로나...

  3. BlogIcon 리장 2008/03/25 14: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숭례문 화재가 났는데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게죠...^-^::

    • BlogIcon 달빛효과 2008/03/25 14:48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신차리기는 커녕... 벌써들 잊고있는 모양이더라구요.
      얼마전에 숭례문 근처를 지날 일이 있었는데
      가림막 너머로 겨우 볼 수 있게 만들어놓았더라구요.
      가림막 높이가 높지 않았거든요...
      원래는 그 위로 우뚝 솟았어야 할 누각이..
      지금은 허물어져 가림막을 낮게 세워도 보이지 않을 정도라니;;;
      순간 울컥했답니다.